솔직히 제가 경기도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집값 하락을 바라는 건 좀 모순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입니다. 보유세를 더 내더라도 괜찮으니 정부가 이번에는 제대로 된 부동산 정상화 정책을 끝까지 밀고 나가주길 바랍니다. 최근 다주택자 대출연장 금지라는 강력한 규제가 논의되면서, 강남권 아파트 시장에서 실제로 급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최고가 대비 10억 이상 하락한 거래가 나왔고, 잠실 엘스 아파트도 3~4억씩 낮춘 매물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조정을 넘어서, 세금 압박과 금융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다주택자들이 정말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출연장 금지가 만드는 비자발적 급매의 메커니즘
금융당국이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여기서 주택담보대출(Home Mortgage Loan)이란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돈을 의미하는데, 보통 3~5년 단위로 만기가 돌아오면 재심사를 거쳐 연장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 연장이 막히면 어떻게 될까요. 대출금을 바로 갚지 못하면 경매로 넘어가기 때문에, 자산가라 해도 당장 현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집을 급하게 팔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에서 다주택자들이 받은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지난 3년간 두 배 가까이 늘어나 약 36조원에 달합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출이 연장되지 않고 회수 압박을 받는다면, 시장에 미칠 충격파는 상상 이상일 겁니다. 제가 직접 만난 부동산 자산가 한 분은 "통장에 현금이 몇억씩 쌓여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서 대출금 10억을 갚으라고 하면 당장 집을 팔아야 한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부동산 자산가들의 특징은 자기 돈만으로 집을 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보통 세 가지 돈을 섞어서 집을 삽니다.
- 본인의 자기자본(종잣돈)
-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이 세 가지가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인데, 여기서 은행 대출 연장이 막히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습니다. 대출을 갚으려고 전세금을 올리려 해도 시장이 불안해서 세입자가 안 들어오고, 결국 우량 자산인 강남 아파트를 급매로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는 겁니다.
강남 아파트 급락 거래, 숫자로 보는 현실
압구정 현대아파트 1·2차는 강남 재건축의 상징 같은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최근 충격적인 거래가 나왔습니다. 52평형이 작년 11월 94억원에 거래됐는데, 불과 두 달 뒤인 올해 1월에 84억원에 팔렸습니다. 10억원이 증발한 겁니다. 더 소름 돋는 건, 1년 전인 2024년 12월에는 같은 평형이 68억원 선에서 거래됐다는 점입니다. 1년도 안 돼서 26억이나 뛰었다가, 이제 다시 급락하는 흐름입니다.
제가 이 데이터를 보면서 든 생각은, 94억에 산 사람은 '더 오른다'는 확신으로 무리하게 뛰어든 게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호가(Ask Price, 매도자가 부르는 가격)를 그대로 받아들인 거죠. 여기서 호가란 매도자가 제시하는 희망 판매가를 말하는데, 시장이 과열되면 이 호가가 실제 시세보다 훨씬 높아집니다. 그런데 이제 분위기가 바뀌면서 그 호가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잠실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장주로 불리는 엘스·리센츠·트리지움 라인에서 직전 최고가 대비 3~4억원 이상 낮춘 매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렇게 가격을 깎아도 거래가 잘 안 된다는 겁니다. 매수자들이 "5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까지 더 떨어질 것"이라며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시장 심리가 완전히 꺾인 상태입니다.
자산가들의 계산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이런 계산이 통했습니다. 대출이자 4%를 내더라도 집값이 연 10% 오르면 이득이니까 빚을 내서라도 사자.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대출금리는 6%에 육박하고, 집값은 정체되거나 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보유세) 폭탄까지 맞으면, 보유하면 오른다는 공식이 아니라 보유하면 고생한다는 공식이 됩니다.
제가 최근 상담했던 한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앉아서 생돈 버리느니, 차라리 지금 수억을 깎아서 팔고 세금을 아끼는 게 훨씬 이득이다." 자산가일수록 손실 계산이 빠르고, 결정도 냉철하게 빠릅니다. 감정적으로 "내 집인데 어떻게 깎아 팔아"가 아니라, ROI(투자수익률, Return on Investment)를 따져서 손절 타이밍을 잡는 겁니다. 여기서 ROI란 투자한 돈 대비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 보여주는 비율인데, 이게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과감하게 빠져나오는 게 진짜 자산가들의 전략입니다.
금융당국이 규제지역 내 다주택 대출을 조이면, 개인뿐 아니라 법인 대출의 만기 연장도 까다로워집니다. 부동산 말고 다른 사업을 운영하는 자산가라면, 본업의 운전자금까지 압박받으면서 사업체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을 눈물을 머금고 처분하는 비자발적 매각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 시행업자는 최근 부도가 났는데, 그분은 제게 "요즘 왜 예능 프로에 안 나오냐"고 물으셨습니다. 반면 같은 업종에서 잘 버티는 분은 "부동산 미래가 어떻게 될 것 같냐"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계셨습니다. 공부 안 하고 감으로 하는 사람은 망하고, 공부하는 사람은 그나마 버티는 게 지금 부동산 시장입니다.
역풍선효과와 재건축 아파트의 예외
강남이 흔들리면 그 냉기가 마용성, 경기 외곽 지역으로 도미노처럼 번집니다. 흔히 풍선효과라고 하면 한쪽이 오르면 다른 쪽도 따라 오르는 걸 떠올리지만, 하락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역풍선효과(Reverse Balloon Effect)라고 할 수 있는데, 강남 아파트값이 빠지면 주변 지역도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지면서 함께 하락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직 안 꺾이는 아파트들이 있습니다. 바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입니다. 압구정 현대나 대치동 은마아파트처럼 재건축 기대감이 큰 곳들은 아직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희망고문'이라고 불리는 이유인데, 재건축이 되면 새 아파트로 바뀌니까 기다릴 만하다고 보는 수요가 여전히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습니다. 대출 규제와 보유세 압박이 계속되면, 재건축 아파트도 결국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집값을 잡는 것도 환영하고 좋지만 그 전에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제대로 짓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끼리 싸우고 심지어 사망 사고까지 나는데, 왜 국민들이 평생 하나 살까 말까 하는 집을 사고 나서도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할까요. 선분양제를 수십 년간 관행처럼 해오면서 건설사 부담을 덜어줬으면, 이제는 후분양제로 전환하고 건설 기준을 강화해서 제대로 된 집을 짓도록 해야 합니다. 집값 하락도 중요하지만, 그 집의 질도 함께 높아져야 진짜 부동산 정상화가 아닐까요.
지금 아파트 시장은 두 가지 방향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시중에 돈이 풀려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쪽과, 규제가 강화돼 돈의 흐름이 바뀌면서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쪽입니다. 저는 후자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고 봅니다. 다주택자 대출연장 금지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실제로 급매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강력한 정책입니다. 정치권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곧바로 정책에 반영되고 있고, 실제로 시장이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밀고 나가길 바랍니다. 제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보유세를 더 내더라도, 이게 진짜 공정한 부동산 시장을 만드는 길이라면 기꺼이 감수할 용의가 있습니다. 정책을 흐지부지 끝내지 말고 끝까지 확실히 추진해주세요.